1. 세계 3대 수트 중 하나인 체사레 아톨리니
수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체사레 아톨리니라는 이름은 한번 쯤은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체사레 아톨리니는 키톤, 브리오니와 함께 세계 3대 수트에 자리매김되어 있고, 이러한 평가에 별다른 이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체사레 아톨리니는 어떻게 세계 3대 수트가 되었을까요?
2. 체사레 아톨리니의 시작
체사레 아톨리니는 1930년대 빈체초 아톨리니(Vincenzo Attolini, 빈센조 아톨리니라고 발음하기도 함)에 의하여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00년부터 1930년까지 나폴리는, 아니 이탈리아는 수트의 시초인 영국 새빌로 스타일의 수트를 그대로 답습하여 만들었는데 이는 나폴리의 기후와 나폴리 사람들의 취향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빈첸초 아톨리니는 수트는 불완전한 몸을 보완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폴리 기후와 사람에게 맞는 옷을 연구하였고, 영국 스타일 수트의 엄격함을 무장해제시키는 수준의 수트를 만들었습니다. 수트의 어깨 패드와 안감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활동성을 강조하여 셔츠처럼 가벼운 패턴을 만들었고, 나폴리 기후에 어울리는 유채색도 사용하는 등 빈첸초 아톨리니의 시도는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지난 이탈리아 역사상 어떤 재단사도 이토록 대담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시도 끝에 태어난 아톨리니의 수트는 나폴리 사람들의 몸에, 이탈리아 사람들의 몸에 옷이 아닌 자유를 입을 수 있게 해 주었고, 그러한 공로로 아톨리니는 명예로운 사르토(최고의 클래식 수트를 제작하는 재단사에게 주어지는 칭호)라는 호칭까지 선사받게 됩니다.
3. 체사레 아톨리니의 발전
이러한 혁명적인 빈첸초 아톨리니의 수트는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하였으며 1930년대 유명한 영화배우인 클라크 케이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주연)도 아톨리니 수트를 입게 되면서 급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영국 새빌로의 고급 수트만 입던 윈저공이 나폴리를 여행하다가 아톨리니 수트를 입은 사람을 보고 그 디자인에 매료되어 이 수트가 어떤 수트인지 물어 보았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처럼 아톨리니의 수트는 저명한 사람들이 입기 시작하면서 그 명성을 더해 갔습니다.
이러한 빈첸초 아톨리니의 수트 철학과 기술은 아톨리니의 여섯 자녀 중 가장 재능이 있었던 체사레 아톨리니에게 그대로 계승되었습니다. 체사레 아톨리니는 "아버지는 저에게 어릴적부터 쉬운 지름길을 찾지 말고 오랜 시간 동안 보상이 없더라도 타협하지 말고 진지한 자세로 일에 매진하라고 하였고, 저는 그 길을 지켰습니다."라고 회상하였습니다. 이러한 체사레 아톨리니가 세계 최고의 수트를 만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체사레 아톨리니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이름을 딴 '체사레 아톨리니'라는 이름으로 브랜딩을 하였습니다. 체사레 아톨리니는 아톨리니 수트의 혁명적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이를 더 자유롭고 우아하게 바꾸었고,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교훈대로 100% 핸드메이드 제작을 고수하였습니다. 이러한 아톨리니 수트의 제작 원칙은 현재까지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어 하루에 30벌만 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경쟁사인 브리오니나 키톤이 대량 생산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으면서도 말이죠. 그 이유로 현재 아톨리니는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전문 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4. 체사레 아톨리니 수트의 현재와 착용 소감
체사레 아톨리니는 나폴리 수트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재까지도 100% 핸드메이드를 고집하고 있습니다(나폴리 수트의 특징은 제가 이미 포스팅한 글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최고의 우아함과 세련됨을 가진 이탈리아 나폴리 수트의 특징 (tistory.com)
그러면서도 아톨리니의 디자인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톨리니는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과 스타일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히 사이즈 조정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반영하여 디자인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한 면으로 인하여 아톨리니는 현재까지도 세계 3대 수트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유명한 정치인, 연예인, 비지니스맨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2009년에 아톨리니 차콜그레이 수트를 한번, 2012년에 네이비블루 자켓을 한번 경험해 보았습니다. 다른 브랜드의 수트에 비하여 암홀이 높이 올라가 있고 팔통이 크지 않았는데도 어깨를 움직이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던 것이 너무도 신기하였습니다. 톰브라운의 경우 암홀과 팔통을 몸에 맞게 수선하면 상당히 불편해지는 것과 다르게 말이죠.
또한 당시 클래식 수트는 6드랍 수트가 많을 때인데 아톨리니는 7드랍이어서 다른 수트에 비하여 몸에 더 흐르듯이 밀착되는 느낌이었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무게중심을 잘 분배하여 가벼워서 자켓을 걸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들었을때와 착용하였을때의 무게가 다른, 아톨리니의 패턴과 기술의 집약적인 결정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수트를 경험하고 싶다면 아톨리니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 점은 분명합니다. 아톨리니의 2024년 컬렉션 룩북 중 일부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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