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국 최고의 셔츠 턴불앤아서
패션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은 턴불앤아서(Turnbull&Asser)라는 브랜드를 들어 보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킹스맨에서 셔츠를 협찬하기도 하였고, 007 영화에서도 셔츠를 협찬하기도 하였던 영국 최고의 셔츠 브랜드입니다. 턴불앤아서는 어떻게 최고의 셔츠 브랜드가 되었을까요?
2. 턴불앤아서의 기원
턴불앤아서는 1885년 레지널드 턴불이 영국의 패션 중심지였던 저민 스트리트에 셔츠와 양말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을 오픈하면서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영국은 런던의 젠틀맨을 겨냥한 고급 셔츠 전문점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을 때였습니다. 그 후 레지널드 턴불은 어니스트 아서를 만나 1895년 상점 이름을 턴불앤아서로 변경하였고, 현재까지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시 영국에는 유명한 맞춤 제작 의류점들이 즐비했지만, 턴불앤아서는 창립 초기부터 고급 셔츠에만 집중하는 독특한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고품질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최고를 제공하겠다"는 철학은 단순한 맞춤 셔츠 제작을 넘어서, 영국 젠틀맨 스타일의 정수를 구현하고자 하는 포부로 이어졌고, 점차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습니다.
턴불앤아서는 2차 세계대전 중, 런던 폭격으로 인해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시기에도 영국 군인들과 귀족들을 위한 맞춤 의류 제작을 이어갔고, 전통과 품질의 상징의 대명사로 떠올랐습니다. 윈스턴 처칠조차 턴불앤아서의 셔츠를 입을 정도였죠.
3. 턴불앤아서의 발전
가. 007 제임스본드와의 만남
1962년,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첫 작품에서 숀 코너리가 턴불앤아서 셔츠를 착용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턴불앤아서는 본드의 캐릭터인 완벽한 신사의 이미지를 대변하며, 그가 입는 셔츠와 타이는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본드 시리즈의 프로덕션 팀은 턴불앤아서의 정교한 맞춤 제작 방식과 우아한 디자인이 본드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해 계속하여 협업을 이어갔고, 턴불앤아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나. 로열워런티 인증
이러한 턴불앤아서는 20세기 초반 프린스 오브 웨일스(에드워드 8세)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에드워드는 당시 유럽 최고의 패션 아이콘으로, 그의 의류 선택은 곧 "트렌드의 기준"이 되곤 했습니다. 턴불앤아서는 그의 요청에 따라 독특한 디테일의 맞춤 셔츠와 타이를 제작하며 1980년 왕실 인증을 얻게 되었고, 이를 통해 사회 상류층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에드워드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윈저 칼라(Windsor Collar)도 턴불앤아서의 제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 헐리우드 셀럽들을 통한 발전과 현대화
007 외에도 수많은 헐리우드 스타와 유명 인사가 턴불앤아서를 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클 케인, 찰리 채플린 같이 누구나 다 아는 인물들도 턴불앤아서의 충성 고객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지지를 통해 턴불앤아서는 단순한 런던 기반의 브랜드에서, 글로벌 럭셔리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턴불앤아서는 1990년대에 들어서며 럭셔리 시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 뉴욕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뉴욕의 셀럽들과 기업가들이 턴불앤아서를 즐겨찾기 시작하였고, 온라인 쇼핑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전 세계 고객이 턴불앤아서를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또한 셔츠 외에도 타이 등 악세사리, 니트, 아우터 등 의류 사업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4. 턴불앤아서의 특징과 착용감
턴불앤아서의 셔츠는 단순한 의류가 아닌 장인정신의 결정체입니다. 소재는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 공수한 최고급 면직물을 사용하고 있고, 33단계의 수작업 공정을 통해 한벌의 셔츠가 탄생되며 고객의 체형과 스타일을 철저히 반영하는 비스포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셔츠와 컬라, 커프스, 단추 하나까지 맞춤 제작하며 완벽한 우아함을 선보입니다.
저는 영국 여행을 갔을 때 턴불앤아서 매장에서 샘플로 걸려있던 셔츠를 입어보았고, 니트 웨어를 착용해 보았습니다. 니트 웨어의 퀄리티는 괜찮았으나 가격에 비하면 대안이 많아서 추천하기에는 애매하다고 생각됩니다.
셔츠의 경우 칼라가 바깥쪽으로 둥그스럼한 라인을 가지고 있었고, 3버튼의 커프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단하고 견고하여 모양이 잘 유지되었던 느낌이었으나 이탈리아 셔츠처럼 몸에 밀착되며 흐르듯한 라인감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가격은 30만원 남짓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비스포크 아닌 제품), 당시 저는 이탈리아 셔츠를 더 선호하였기에 구매는 하지 않았고, 결국 시착만 해 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조금 아쉽긴 하네요.
턴불앤아서는 그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셔츠에 밀려 국내에서도 쉽게 접해보기는 어려운 브랜드입니다. 다만 탄탄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007, 킹스맨을 인상깊고, 그들의 패션에 깊은 감동을 받으신 분이라면 턴불앤아서는 반드시 소장하여야 할 가치가 있는 셔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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